티스토리 뷰

반응형

10. 천재정치와 합의제

천재를 말하면 항상 세계의 지배자가 되려고 한다든지, 혹은 위험한 병적 집착에 사로잡혀 지성을 사용하여 지구를 파멸시키려는 미치광이 천재를 화제로 삼는다. 그러나 세계가 한 사람이 아닌 수백 명의 천재들로 구성된 단체에 의해 통치되는 천재정치 체제에서는 그런일이 불가능하다.

합의제는 각종 결정이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한다. 불행히도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그러한 일 은 사면을 내리는 권한이나 핵전쟁을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현재의 대통령체제 아래서 일어나고 있다. 천재적인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한 인간의 두뇌가 현재 소위 민주주의 체제하에 있는 모든 국가에서 한 인간의 생명, 또는 더욱 중요한 몇 백만의 무고한 국민의 생사를 결정하며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의 파멸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도 또한 원시적 민주주의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이다.

원시적 민주주의의 귀결인 대통령제는 기묘하게도그것이 대체되었던 공화제 이전의 군주제로 점점 닮아가고 있다. 공화국 대통령이 “내 뜻은 이와 같다.” 고 하며 죄수를 처형시키거나 핵전쟁을 발발시키는 일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천재정치 아래서는 합의제 덕분에 그런일은 전혀 없다. 확실히 세계정부라는 천재단체의 장은 있겠지만, 그러나 그 장은 독단적으로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회의를 주재하고 채택된 결과를 알리는데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지위는 특별히 명예스러운 자리이므로 공식행사(개회식 등) 에서는 정부를 대표하는 일이 허락되어야 할 것이다.

또 세계정부의 천재단체에서의 투표는 여러가지 정치적 의견이나 색채를 가진 구성원이 말로써가 아니고 글로 써서 그 의견을 발표한 후에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철학적인 또는 본질적인 가치가 전혀 없는 ‘연쇄반응’ 에 의해 선거인이 투표하는 일이 없도록 글로 씀으로써 각 천재가 어떤 의견을 진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형식이 아닌 내용에 의해서 판단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또 이렇게 함으로써 검토되고 있는 제반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완전히 익명으로 내는 일도 좌파나 우파의 대표자가 내린 지시에의해 태도나 결정이 바꿔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똑같이 바람직스럽다. 이 일은 개개의 천재가 자신의 투표가 갖는 의미나 내려질 결정을 참으로 ‘양심적으로’ 판단할 수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투표 그 자체도 전자공학기술로 완전한 비밀을 유지할 수 있고 거수에 의한 투표로 생기는 ‘전염’ 현상도 피할 수 있다. 전자 공학적인 키보드에 의해 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아마 천재단체의 각 구성원은 옆사람의 반응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투표박스에 앉아서 투표하게 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수단 전부가 당사자들, 즉 천재들 자신에 의해서 연구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천재는 과학자들 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특히 강조해 두고 싶다. 사람들이 천재라는 말을 꺼낼 때 많은 사람들이 철학자, 화가, 시인, 음악가 또는 농민 중에도 천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전체를 파괴하려는 광기의 천재‘ 를 생각하기가 쉽다. ‘천재정치 ’ 에 의한 세계정부 안에는 과학자뿐만이 아니라 철학자, 화가, 시인, 음악가 그리고 농부도 똑같이 있는 것이다.

과학자와 문학자,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과학과 양심 을 결합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천재정치의 목적인 것이다. 우리 시대의 모든 문제는 전적으로 양심이 정체해 버린데 비해 과학만이 급격히 발달한데 그 원인이 있다. 과학이 비교적 대중에게 보급되어 있는데 비해 양심 쪽은 대중 에게 퍼지지 않고 특정 사상가나 철학자의 소유물에 그치고 있다. 이것은 대중이 어제의 양심을 가지고 내일의 과학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천재정치는 적어도 그 과학 수준과 같은 양심의 수준까지 개개의 사람들을 끌어올리 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든 라트레이 테일러 (Gordon Rattray Taylor)가 과학이 오늘날 실현했고 장차 실현하게 될 업적들을 전부 검토한 후 그의 멋진 저서 , “생물학의 혁명” 중에서 도달한 결론이야말로 가장 뛰어 난 것이다. 즉 현자가 쓴 책을 잘 읽을 필요가 있다 .

반응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