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자유와 자주권의 존중

20. 자유와 자주권의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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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2천 년 전에 그 사상이 방해가 되는 자들을 십자가에 매달고, 4백 년 전에는 그들을 화형에 처했다고 한다면 오늘날은 쇠망치나 못과 산더미같은 화형용 장작 대신에 순교자에게 흰옷을 입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 방해자들을 정신병원에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는 종교나 도덕의 이름으로 행해졌지만 지금은 정신위생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해 이전에는 도그마가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과학이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캘빈파 (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났던 시기의 신교도들에 비유한 것) 를 무리하게 개종시키기도 하고 억지로 규격화를 강행하기도 한다. 이상의 것을 읽고 있으면 독자는 소련의 반체제파의 경우를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먼 곳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멀리서 들리는 늑대울음소리에 정신이 빼앗겨 있으면 발 밑을 기어오르는 뱀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마련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1977년 현재 소위 프랑스와 같이 민주주의적이라고 불리는 여러 국가들의 이야기이다. 이 나라에서도 누구든지 정신병원에 수감하는 것이 가능하며 불행히도 그 대상이 된 사람은 정신과의사 앞에서 자기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때 정신과 의사는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재판관이기도 한데, 이런 일은 통상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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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든 시장(市長) 은 공공의 질서유지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관할의 주민을 검진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수감시킬 수 있다 . 공공의 질서가 아닌 그 시장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와 같은 형태로 수감된 그 사람이 이제 격분한 행동으로 인해 정신과 의사에게 정말로 위험한 인물로 판단되어 정신병원에서 일정기간 감시받게 된다는 것은 다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로 말미암아 그 사람의 정치생명은 엉망이 되고 더욱이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것은 사법제도의 담장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재판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비난받을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 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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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 거의 일상적으로 일어나거나 행해지고 있는 일이 앞으로 똑같은 규모로 프랑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대책을 강구할 필요 가 있다. 왜냐하면 일이 일단 일어난 후에는 대책을 강구하는 시도가 반체제파의 책략으로 여겨져 또 다른 정신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보여 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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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직 늦지 않았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맨 먼저 비난받을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정신병원에 수감을 청구할 권리를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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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신병원에 수감한 경우에는 반드시 그전에 공적인 재판을 열고 본인에게 자기방어를 위한 수단을 주어야 한다. 특히 당사자에게 자기방어를 위한 변호인이 될 정신과 의사를 선임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정신과 의사는 의뢰인의 정신상태를 심사하고 재판을 받고 있는 그의 외관이 다소 남다른 점 (이것도 하나의 성격이다)이 있다고 해도 사회에 물리적 위험을 줄 우려가 없음을 증명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타인에 대해 물리적 위험을 주는 행위는 억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사상 도 도덕에 대한 위험성이라는 이름아래 억압되어서는 결 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반체제파를 추적하는 현대 판 종교재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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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정은 검찰관의 역할을 행할 1인의 정신과 의사 와 재판관의 역할을 행할 3인의 정신과 의사, 그리고 최후 로 배심원의 역할을 행할 1인의 피선거권자, 즉 천재에 의해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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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수감에 상당하는 판결을 받은 환자는 처음 출정이전에 비난받을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수감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소할 수 있으며, 다른 관할에 속한 법정에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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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자는 치료기간 중 치료과정을 감시하고 치료 의 진전에 따라서 병원으로부터 퇴원을 요구하는데 변호인인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개성의 박탈이라는 예기치 않은 사고의 예방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다. 환자가 가능한 한 빨리 수용시설로부터 나올 수 있도록 애써주는 공정한 변호인을 정신과 의사로 두고 그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격려도 되고 치유의 촉진 요소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 는 자신이 좋아하는 이 정신과 의사에게 외출하고 싶을 때는 상담을 함으로써 외출에 대한 시비를 결정해야하는 불쾌감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서 폭력성을 제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개성을 박탈하는 것은 범죄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성박탈이 감옥에서 때로는 화학적으로, 또 외과적으로 기타 모든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다.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는 것과 다른 생각을 가진 개인들을 용납하지 않는 대단히 곤란한 경향이 프랑스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한 것 중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중요시하지 않는 잘못을 범한 한 예가 있다. 기 드류(Guy Dtut)가 올림픽경기에서 우승한 후 혁신적인 제안을 했다 는 이유만으로 ‘프랑스경기연맹’ 이 챔피언인정증서의 교부를 거절한 사실이 폭로되었다. 한 사람의 운동선수가 스포츠계를 지배하는 당국의 생각과 맞지 않는 의견, 요컨대 반대파의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 경기활동을 방해 받는다면 그것은 파시즘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중요 한 것은 국가조직이 이러한 압력수단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가장 문제되는 매우 중요한 억압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도 사상의 자유를 존중 하지 않는 나라가 양식 있는 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해서 비난을 받거나 사생활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 다. 이와 같은 압력수단을 감히 이용하는 자들은 이미 그 이상의 직무에 머물 자격이 없다. 불관용이나 파시즘 에의 무관심은 그것과 싸우지 않는 자 모두를 언젠가 그들 자신에게 내려 덮일 위험의 공범자로 만들 것이다. 그것 은 경기연맹에서 시작되고 강제수용소에서 끝나는 것이다.